말들이 머무르는 자리

비가 오니까 (1)

오늘같이 초겨울이 조금씩 천천히 다가올 때

일직선으로 차분히 내리는 비가 참 좋다

시끌벅적한 밤골목이 잠시 조용해지고

달리는 차에서 물을 세차게 차는 소리가 섞여

늘상 봤던 거리가 오늘따라 유독 달라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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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비와는 사뭇 다르고

유니크한 광경에 내가 녹아드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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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그럴 일은 없겠다만

한여름에 눈이 펑펑 오는 풍경을 상상했다

뜨거운 햇살에 차가운 눈이 피부에 닿으면

얼마나 색다르고, 즐거운 경험일까?

쌓이기도 전에 바닥에 녹아내리겠지만

무더운 기온 속에 눈발을 향해 달린다면

지루한 일상에 소소한 재미가 추가되지 않을까?

<하트 오브 비스트>를 본 후

최근 벨라 타르 영화를 몇 편 본 후 병이 하나 생겼다. 짧은 숏의 연속과 10초도 안되어서 바뀌는 카메라 앵글을 장시간 시청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비유적 의미가 아니라 진짜 통증이 찾아온다)

<하트 오브 비스트>는 광활한 풍경을 바탕으로 생존을 테마로 만든 영화지만, 그냥 내셔널 지오그래픽 숏츠를 보는 기분이었다. 진짜 컷을 그렇게 난도질을 해서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연출은 <퓨리>를 만든 감독이 맞을지 의심스러울 수준이었다. 반전, 전쟁 PTSD, 고군분투 다 집어던지고 ‘애니멀바’나 ‘동물농장’같은 자막과 나레이션을 추가해서 만들었다면 훨씬 더 재밌었을 것이다. 마지막에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식으로 결말을 풀었을때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약 2시간 가까이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캐릭터를 계속 이해를 못하는 게 두려웠을까? 그만큼 연출에 울림도, 감탄도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2시간 반 내내 멋진 셰펴드 군견, 오딘을 볼 수 있다. 큰 스크린으로 오딘의 멋진 연기력을 본다는 것!! 나는 개아빠가 아니지만, 오딘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계속 오딘만 나오기를 바랐다.

내 시간! 내 돈! 차라리 쿵푸허슬이나 볼 걸!! 특전 포스터를 손에 든 채 터덜터덜 4호선에서 일기를 마친다.